전 시 명: 유용선 초대전 "Mind C**king"
전시기간: 2018년 7월 6일 ~ 7월 31일
전시 오프닝: 2018년 7월 6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쌀롱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전지적 작가 레서피


음식은 우리의 몸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에너지원이다. 또한,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역시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행위이자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행위다. 음식은 이렇게 생명유지라고 하는 가장 생물학적으로 절대적인 필요에서부터 사회관계를 충족하기 위한 사교에까지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고 있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이다. 기아로 시달리고 있는 척박한 아프리카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라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먹방이 TV 프로그램에 대세를 이루게 된 것도 이러한 이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TV에서 음식을 먹는 다는 건 아예 상상할 수 없는 약간은 금기 시 되어왔던 부분이다. 즉, 먹는 행위는 지극히 생명유지를 위한 본능적이면서 개인적인 행위였다는 것이다. 누군가 먹는 것을 쳐다본다거나 누군가 내가 먹는 것을 쳐다보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었다. 그러나 SNS가 발달하고, 개인들의 일상 생활이 미디어로 전환되면서 가장 먼저 인기를 얻은 컨텐츠가 바로 여행이었고, 그것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바로 음식이었다. 그러면서, 음식은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공유하고 평가하는 등 개인 미디어 활동에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가 되면서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에 먹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먹는 것은 이제 단순히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매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리를 하는 전문가들이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일상 생활에서 자신만의 레서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나아가 개인 채널에서는 몇 시간 동안 먹고 있는 BJ들을 넋 놓고 시청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TV에서는 맛있게 많이 먹기, 음식점 창업과 운영, 소소하게 하루하루 매끼니 서투르지만 직접 요리를 해서 정을 나누는 등 다양한 음식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예전에 먹는 것은 어쩌면 즐기는 것이라기 보다는 바쁜 일상을 위해 때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요즘의 먹는 것은 그 넘쳐나는 정보와 이야기들 속에 오히려 더 고독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지독하게 개인적이면서도 모든 것들과 소통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안겨주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더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를 대신해서 엄청나게 맛난 음식을 먹어주고, 아름다운 레서피로 요리해서 먹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통해 힐링을 받는다는 설정. 말 그대로 설정이다. 실제로는 그냥 그 정보만이 우리의 뇌에 저장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즐겁고 신나게 저들과 저 아름다운 영혼의 레서피를 맛 보았다는 순간의 안정감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나오는 순간, 아예 그것을 몰랐을 때 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허무함으로 피폐해 질 수도 있다. 무서운 비현실이다.


유용선은 이러한 무서우리만치 자극적인 비현실적인 미디어적 삶을 자신의 캐릭터로 맞바꾸며 작업하는 작가다. 일상의 경험을 누구나 알법한 유명한 캐릭터로 패러디하고, 매일의 기억들을 자화상처럼 캐릭터화 하여 기록한다. 그 캐릭터들이 쌓이면, 그는 그것을 다양한 재료로 활용한다. 그 중 그의 레서피를 캐릭터화 하는데도 사용한다. 여느 젊은 작가들처럼 그 역시 자취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간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그 만의 레서피들이 많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았던 레서피도 있고, 개인적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레서피들도 있다. 그 레서피 속에는 작가의 다양한 기억과 경험들이 녹아있다.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불안과 결핍, 이는 청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중년의 삶 역시 불안과 결핍의 연속일 것이다. 유용선의 레서피는 욕망과 해소 사이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삶의 욕망들은 그것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고통을 동반하게 된다. 즉, 우리 삶의 고통은 바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행자처럼 모든 욕망에서부터 벗어나고자 도를 닦으면서 일상 생활을 할 수 는 없는 노릇이고, 일종의 알람처럼 우리에게 지금 자신의 욕망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 줄 수 있는 장치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유용선의 캐릭터 레서피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대표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요리들이다. 물론, 캐릭터화 되어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우리의 생각들이 대변될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그 요리들은 작가가 자주 요리하는 음식들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욕망들 그리고 허무함, 고독, 결핍과 부재 그리고 비현실성이 하나하나 요리의 재료가 되어 구워지고 삶아져 만들어진 유용선의 요리들.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이러한 삶의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야 없겠지만. 그의 요리를 통해 바라본 우리의 일상 그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버릴 수 있는지를 한번쯤 살필 수 있다면, 어쩌면 이는 진정 심신의 힐링을 위한 최고의 만찬이 되지 않을까. 이 요리들이 모여서 시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정신적 영양이 풍부한 유용선표 최고의 만찬 테이블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