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윤정민 기획 초대전 "부리로 마시는 물"
전시기간: 2023년 10월 13일 ~ 10월 31일
참여작가 : 윤정민
전시 오프닝: 2023년 10월 13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홍연길 63-4, 연희동)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멀리 바라보는 방법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분주하다. 물론 일상이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다면 삶은 좀 더 명쾌해질 수도 그리고 내일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오늘과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일상은 수시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되는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이 마냥 괴롭다고 생각되지 않다면, 어쩌면 그 순간이 곧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일 수도 있다. 삶을 살면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나의 경험이 곧 너의 경험과 같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 같이 살고 있음으로.


날개를 포기한 새는, 결국 땅을 택했다. 날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 날고 있음으로 누군가에게 노출 되고, 그 일상이 그리고 일상으로부터 지속될 수 있었던 삶이 누군가 에게는 쉬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새는 날 수 있음을 통해, 포기했어야 할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윤정민의 새들은 날기를 포기했다.


만약 내가 윤정민이 그리고 있는 새처럼 커다란 부리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한번은 고민해 보고 싶다. 날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로 날지 않기를 결심한 새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싶은 세상은 멀지만 가까운 곳이다.


아름답고, 희망찬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바라볼 수 있는 어딘가가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바램이 간절하면 실망이 크다. 하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듯 바라보고 싶은 그 어딘가가 있다는 것은 바램이라기 보다는 그저 그렇게 있었을 것 같은 안심이다. 지극한 편안함이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는 윤정민의 새들이 결코 날개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리, 즉 지금 여기를 살기 위한 가장 완벽한 수단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로써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일상에서 내가 찾을 수 있을 것 혹은 자연스럽게 찾아지는 것들에 대해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내가 믿었던 정답이 어느 순간, 정답이 아닐 때도 있으니까.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