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박이원 기획초대전 "Between Water and Light"
전시기간: 2019년 6월 18일 ~ 7월 13일
전시 오프닝: 2019년 6월 18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태평양의 조각, 희망으로 가는 단서

일상은 우리가 주어진 삶을 살게 되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반복이다. 똑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우리의 일상. 어쩌면 이런 반복들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가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한 부속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가 일상을 살기 위해서는 어제와 오늘의 일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거의 똑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느끼면서 살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매일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야 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삶은 더더욱 고단한 삶이지 않을까 하는 위안으로 지금의 일상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박이원 작가는 직접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흔적들이 그림으로 남겨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우리의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일종의 모스부호 같은 느낌이다.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한없이 바라봤던 태평양에서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억들. 낙서처럼 끄적거리다가 떠오르는 시적 영감처럼, 그의 작업은 우리의 깊숙한 내면으로 스민다.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편안함을 찾게 되듯이. 작가는 치유된 상처의 흉터들이 서서히 사라져 감으로써 그때의 기억들이 천천히 내면으로 가라앉듯이 그린다.

그렇게 작가의 바다, 특히 태평양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당처럼 그의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해서 박이원 작가의 태평양은 예전에 뛰어 놀던 앞마당처럼 그의 거대한 그리움들이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작가는 그 태평양의 한 조각을 떼어내 그리고 만들었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 단순히 상처와 치유의 흔적으로서의 기억의 파편이 아니라 흐트러지고 희미해진 기억들이 얽히고 설켜 단단해진 집합적인 덩어리인 셈이다. 우리의 신체 조직의 파편에 우리의 모든 DNA가 담겨 있듯이, 그가 가져 온 태평양의 한 조각은 수많은 세월 동안 쌓여져 온 기억들을 떠올릴 단서가 된다.

일상처럼 태평양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일렁인다. 물론, 폭풍우로 거대한 파도로 변할 때도 있지만 우리의 매일의 감정 기복의 변화와 비교해 본다면, 위험한 파도로 변하는 빈도는 훨씬 더 적을 것이다. 작가의 기억을 떠올릴 단서로서 태평양의 조각을 가져 왔다면, 그의 회화는 반복되는 파도의 흐름에 격정적이거나 아픈 기억들을 흘려버린다. 그렇게 그의 기억들은 시적인 언어로 순화되고, 저기 어딘가에 있을 법한 나만의 희망을 따라 걸어 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준다. 따라서 매일 반복되는 그의 파도는 늘 일정한 패턴으로 잔잔하게 일렁인다. 거칠고 거대해진 파도를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우리의 감정들이 거칠어지고 거대해질 이유가 없음이다. 무엇을 위해서. 무언가로 가득 차 있음으로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가득함을 위해 매일 일렁이는 감정들을 잔잔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더 행복으로 가는 희망의 길임을 보여 주는 것. 그것이 박이원 회화의 매력이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