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권순왕 기획초대전 "약산 진달래"
전시기간: 2015년 08월 07일 ~ 08월 25일
전시 오프닝: 2015년 08월 07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쌀롱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출품 수: 회화 14점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 010 9059 4233

물질화된 시간, 이미지화된 역사

역사는 물리적인 시간과 정신적인 기억의 덩어리다. 연대기적으로 단순하게 기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것은 지속적 개념으로 이해해야지 시작과 끝이라고 하는 직선적인 사고로 이해할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물질적으로 첨단화된 현재는 축적된 인류 역사의 증거다. 즉, 현재는 역으로 세워진 원뿔처럼 방대한 과거의 기억들이 첨예한 끝으로 모여 현실화 되는 것, 그것이 현재다. 본격적으로 성문화된 한민족의 역사를 오천년이라고 본다면 그 역사는 백년을 사셨던 할머님들 오십분의 집합이고 그 분들의 삶이다. 그 분들이 일렬로 서계시는 것이 아니라 둥글게 혹은 무작위로 서계신다고 생각하면 오천년의 역사는 상상할 수도 없이 길면서도 불과 어제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지속성에 관심을 가져왔던 권순왕 작가는 지속적인 시간이 물질화 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의 흔적들을 조형언어로 기록한 작품이라든지 기차표와 같이 유효기간이라는 제한적 시간내에는 가치가 인정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말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작가는 시간이 지니는 물질적 정신적 지속성에 대해 이미지화 해왔다. 따라서 작가는 역사를 기록한 책, 사진, 영상, 사물등에 주목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재생한다. 이번엔 시쳇말로 약산 김원봉에 꽂혔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에도 등장하는 “밀양신랑” 약산 김원봉 (1898 ~ 1958)은 1919년 3.1 운동의 실패를 보고 무장독립단체인 의열단을 만들어 6년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한 독립운동가 였다. 1948년 월북한 관계로 한국의 독립운동사에서는 그의 기록이 많은 부분 빠져있다. 일반적으로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인물의 이미지 자체가 작품의 소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팝아트와 같이. 그러나 권순왕 작가의 최근 작품은 인물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 인물이 지닌 역사적 의미까지 같이 활용하고 있다. 역사적 이념의 간극에 의해 잘못된 해석과 이해로 점철된 생각들을 김원봉이라고 하는 실제 인물의 삶으로 환원하여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그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이념적 대립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다. 작가는 시간과 역사와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들이 이미지화 되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이념과 물질주의로 점철된 역사속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던 그러므로 그 중 한쪽은 가려져 왔던 진실들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선험되고 그에따른 화해가 이루어져야할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우연히 그의 작품 내용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시기에 그것도 광복절을 기념하는 그 기간에 선보이게 되면서 그가 제시하는 화해의 제스처가 보다 의미있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이념의 시대를 통해 가려져 왔던 진실들이 이 시대에는 예술을 통해 드러나고 다시 우리의 삶에 투영되는 소통의 문화가, 진실과 거짓으로 점철된 이분법적 사고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통합적 사고의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외치던 당신들의 불타는 가슴처럼 간절하다.
(글. 임대식, 아터테인 대표,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