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Oh, Kyungsung "Remember Beyond the Gate"
Date : Mar. 23rd ~ Mar. 31st., 2020
Opening : Mar. 23rd. Fri. 6 pm
Place :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공간의 반전, 통할 수 있는가

닫혀있는 문.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공간의 간극. 쉽게 말해, 공간과 공간 사이. 게이트(gate), 포털(portal)이다. 결국 세상의 모든 공간들에 접근하고자 할 때, 최초로 만나는 물리적 사이가 ‘문’이다. 열면, 통하고, 닫으면, 끊어진다. 거기엔 열고자 하는 의지와 닫고자 하는 의지가 동시에 기능한다. 통하고자 하는 의지와 끊고자 하는 의지. 즉, 친근함과 불편함의 교차 운동이 공존하는 물리적 사이. ‘문’이다.


문이 지니는 의미가 그렇다고 했을 때, 오경성 작가의 ‘문’ 시리즈의 사진 작품은, 고의적이면서도대단히 생뚱맞은 풍경이다. 작가의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떡 하니 문이 놓여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문은 닫혀있다. 도저히 그 문을 열고 들어설 공간에 대한 일말의 상상이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 보면, 그 문 뒤에 있을 또 다른 세상. 지금, 이곳과는 전혀 다를 것만 같은 공간이 상상된다. 현실엔 없지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공간, 유토피아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면서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인 헤테로토피아. 거기로 순간 이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경성의 문을 통하면.


하얀 문 뒤에 작가는 소통되지 않았던 유년의 기억을 담았다. 아버지다. 모든 시대의 아버지들은 다음 세대를 끌어가야 할 자식들과 소통할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권력행사였다. 하지만, 다음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당신의 권력을 무색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티탄이면서 시간을 관장했던,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들이 태어나면 그 시대적 흐름을 막아내기 위해 자식들을 삼켰을까. 어쩌면 시간은 끊임없이 현재가 미래에 의해 뒤로 밀리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는 삶의 원리를 포괄하는 의미인지도 모를 일이다.


간단하게, 소통 부재의 상징이었던 오경성 작가의 문은, 사라져가는 시대를 역행하고자 했던 권력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일 수도 있고, 늘 꿈꿔왔던 공간으로의 이동일 수 도 있는 포털.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밖에 없는 강력한 현실의 책임과 의무. 즉, 지키고 지켜내야만 하는 삶의 방편들 보다, 전혀 다른 행복과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사진은, 비교적 기록, 다큐멘터리의 기능으로 시작된 시각 예술 장르였다. 사진이 동영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기술로 영화가 산업화 되었고,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지극히 대중화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역시 사진이다. 따라서 사진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던지,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던지 명확한 자신만의 표현 방법과 감각이 필요한 장르가 되었다. 따라서 오경성 작가의 지극히 연출력이 필요한 사진은, 기록과 설치적 감각이 지극히 필요한 사진 장르 속의 방법론이지 않을까 싶다. 기획과 연출 그리고, 추진에 필요한 다양한 인력 구성까지. 스틸 사진이지만, 짧은 단편 영화 한편 찍어낼 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 건 확실하다.


그렇게 오경성의 ‘문’은 우리가 늘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바라보던 풍경 속에 놓여지게 된다. 삶의 구태의연함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는 욕망보다는, 쉽게 열지 못하는 다른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공간의 반전. 오경성의 문. 과연 우리는 저 문을 과감하게 열어 볼 수 있을까. 물론, 열고 싶다. 느닷없이 하늘로, 바다 속으로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