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김종수 초대 개인전 "Doll up"
Date : 17th, Aug. ~ 30th, Aug., 2022
Opening : 17th, Aug. Fri. 6 pm
Place :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잉여의 무도회

‘살롱(salon)’은 ‘방(sale)’에서 유래해서 17세기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등장한 문화 트랜드를 일컫는 말이었다. 물론, 귀족이나 브르주아라고 하는 신흥 부호들의 취미였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은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되는 지역, 특히 도시에 자신들의 사택을 짓고 손님을 초대하게 되면서 시작된 문화였다. 따라서 17, 18세기 유럽의 문화 예술을 대표했던 수 많은 예술가들, 사상가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자 주체 모두를 ‘살롱’이라 부르게 되면서 ‘무도회’는 자연스럽게 매번 그 살롱의 문을 여는 일종의 의식행위가 되었으며, 그 무도회의 중심에는 패션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 기준이 동시에 자리잡게 되었다.


따라서 살롱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의 변화, 예술적 성취 또는 사고의 범위와 새로운 사상에 대한 발표 등 귀족들과 신흥 부호들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 마치 현재,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통의 오프라인 버전과 같이 물리적, 정신적 공간으로서 ‘살롱’은 그만큼의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예술적 영향력이 있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살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은 당시 유행하던 패션의 이해였다. 물론 남성보다는 여성의 패션이 더 화려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는 했으나 의상은 당시 문화예술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예술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시대적 관점을 지니고 있는 매체였다는 것이다.


김종수 작가의 “Doll up”은, 현재 우리가 받아 들여야만 했던 ‘롤(role)’이 정해 준 즉, 이미 사회적관계 내에서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 버린 나의 캐릭터의 옷을 갈아 입힌다면? 과연, 나에게 어떠한 변화가 느껴질 수 있을까. ‘Dress up and you can go to anywhere… ‘ 잘 차려 입고 집을 나설 때의 그 자신감을.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낯선 곳을 방문하려 할 때, 옷은 나의 동반자이거나 조력자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살면서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마치 장군이 전쟁터에 나갈 때, 갑옷을 하나하나 입으면서 전력을 가다듬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늘 익숙했던 동화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 동안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이어야만 했던 캐릭터가 현 존재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동안만큼 그럴싸하게 차려 입고 그들만의 무도회장으로 입장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그들과 함께 꿈을 꾸었던 동시대의 감성인이라면 그들에게 주어진 목적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전혀 색다른 ‘Dress up’ 이 필요하지 않을까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캐릭터에도 자신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면, 그들이 어떤 옷으로 한껏 차려 입고자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을 통해 정해진 룰보다는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패션은 잉여의 예술이다. 김종수의 캐릭터가 그렇듯이 패션은 자신의 상상이 표현 되는 순간 다시 또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잉여의 공간이 열린다. 그 공간은 지금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표현 욕구를 자극하는 일종의 텅 빈 캔버스와 같다. 이는, 지금 그리고 있는 캐릭터의 전혀 다른 옷을 입혀 볼 수 있는 상상과 결심이 생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잉여’는, 쓰여지고 남음으로써 가치가 없어 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짐으로써 그것들의 가치 전환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토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잉여의 가장 중요한 의미다. 삶의 독립은 정확하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공고히 함으로써 누군가 나의 독립을 통해 자신이 지금 어떠한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김종수가 그리고 있는 ‘잉여의 무도회’는 그의 캐릭터들에게 부여한 당당함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찾고자 살롱의 문을 여는 행위인 것이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