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김대옥 개인전 "Primal Forms"
전시기간: 2025년 9월 19일 ~ 10월 12일
참여작가 : 김대옥
전시 오프닝: 2025년 9월 16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홍연길 63-4, 연희동)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원초적 사유와 행위의 순간


현대미술에서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재현의 도구가 아니다.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한국 현대미술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회화의 위기’와 같은 다양한 담론을 뚫고 회화는 이제 재현을 넘어 사유를 담아내는 형식, 그리고 대상을 읽는 감각과 지적 탐구가 구체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장(場)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물질적 흔적과 행위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회화가 단순히 눈앞의 대상을 모사할 수 있는 인간만의 기술적 발전 양상에 머물지 않고, 사고의 토대 나아가 사유가 발현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했다. 이때 회화는 더 이상 완결된 결과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산되고 그것이 다시 해체되며, 표현할 수 있는 감각과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사유를 동시에 자극하는 유기적 구조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김대옥의 회화는 형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태어난다. 그의 작업은 특정 대상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대상을 그려내는 과정 자체를 작품의 중요한 과제로 삼게 된다. 작가의 화면 속 대상들은 단순히 자연에서 차용된 모티프가 아니라, 회화적 행위와 그것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의미 생산의 구조를 탐구하는 매개인 셈이다. 작가가 선택한 형상들은 어느 순간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지만 그 형상들은 곧 흔적으로 흩어지고, 추상적 제스처 속으로 사라진다. 이는 구상과 추상이 어떠한 고정된 표현의 범주가 아니라, 형상이 보이고 사라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회화적 사유가 전개되는 순간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그리는 행위는 대상이 지닌 고정된 의미를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리는 과정 자체가 의미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회화의 본질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우리는 현대미술이 지난 세기 동안 구축해온 표현 기법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20세기 이후 회화는 더 이상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사유의 구조를 드러내는 장으로 확장되어 왔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작가의 작업에서 형상과 비형상이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매개하며 사고의 층위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면모를 찾을 수 있다. 즉, 작가는 대상을 단순한 모티프가 아니라 언어 이전의 기호처럼 의미가 아직 고정 되지 않은 상태로 감각하게 됨으로써 그것을 보편적 기호나 언어적 약속으로 환원(재현)하지 않고, 감각적 경험속에 그대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바로, 앞서 애기했듯이 현대미술에 있어 그것도 회화에 있어,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고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이라기보다, 대상이 기호화되기 이전의 원초적 상태다. 문자가 생성되기 전, 사물이 곧바로 의미와 결합하던 시기의 사고 방식처럼, 그의 회화 속에서 대상은 아직 언어로 고정되지 않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형상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기호로 환원되기 전에, 감각과 사유가 맞닿는 지점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대옥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인식의 원천적 층위를 회화적으로 재현할 수 있으며, 동시에 회화가 여전히 감각하는 행위와 사유를 연결하는 강력한 매체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에서 그에게 있어 회화는 단순히 과거 실험을 반복하거나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사고의 진화를 현재적 차원에서 다시금 그 기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과거의 회화가 구축해온 표현 언어를 다시 불러와 해체하고, 그것을 다시 지금의 시선과 감각 속에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회화가 과거의 유산을 담보로 삼으면서도, 동시대적 상황 속에서 다시 시대적 요청을 획득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채택 또는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동시대 회화가 직면한 다방면의 조건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디지털 이미지와 알고리즘이 무한히 복제되는 시대에, 인간의 손과 신체적 제스처가 남긴 흔적은 단순히 아날로그적 향수의 표지가 아니다. 그것은 기계적 재현이 대신할 수 없는, 사유와 감각의 결합이 담긴 흔적으로서 회화의 현재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시대적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여전히 회화는 사고를 확장하는 매체이며, 그 자체로 인간의 존재 방식과 맞닿아 있는 예술 형식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대옥 작가의 회화는 단순히 특정 대상의 표현을 넘어, 현대 회화가 감각적 행위와 사유적 탐구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다시 사유의 장으로 소환하고, 우리가 그것을 감각의 경험으로부터 사고의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우리는 회화는 동시대 미술 속에서 살아 있는 원초적 사유로부터 시작된 언어이며, 인간의 사고와 감각을 동시에 확장하고 유기적으로 매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