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Byungkwan Kim "Black Painting"
Date : May. 24th ~ June 15th, 2019
Opening : May 24th, Fri. 6 pm
Place : Salon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불안에 관한 연구


불안은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강력한 재료다. 즉, 그 불안을 해소 하거나 떨쳐버렸을 때, 만들어지는 정신적 에너지야 말로 우리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해서 불안은 생존을 위한 필요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욕망과도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욕망이 적절하게 분출되지 않은 여러 감정들이 불안한 상황으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불안을 야기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근래에는 불확실성과 사회적 관계로부터 야기되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은 예측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 즉,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누군가의 공격도 피할 수 없고, 심지어 내가 걷고 있는 방향 조차 모르는 상황. 발을 내 딛는 순간,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에서 오는 불안이다. 또한,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불안은 대부분 사랑의 결핍이라든지,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누군가와 자기를 비교하면서 생겨나는 불안들이다. 이는 인간이 경제활동을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불안의 요소로 발전되어 왔지만,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느끼는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가 되었다.


김병관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아이콘들을 낯설게 표현하는 작가다. 여기서 낯설다라는 말은, 대상을 해체적으로 그렸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우리가 늘 당연시하는 색이나 표현기법들을 아예 다른 방식으로 그렸다는 것이 김병관 작가의 낯설다라는 의미를 더 잘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게 낯설게 하기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더 오랜 감상을 유도하고, 그 오랜 감상은 그의 작품으로부터 받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더 많은 이야기들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낯설게 하기는 불안의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불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발전이다. 그의 불안에 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우선, 작가는 불안을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자극하고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나의 불안을 들여다 보면서 과연 나의 욕망과 결핍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욕망을 해소하고, 결핍을 충족했을 때, 불안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 낯설고, 불편한 화면 뒤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 것이다.


실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는 난민과 풍족함을 상징하는 음식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 그리고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커스 단원들. 작가가 선택한 불안에 대한 연구 소재들이다. 어떤 것들은 일방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대상들은 우리의 동정과 연민을 불러낸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여배우들은 현대인들의 불안을 야기하는 아이콘임과 동시에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즉,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음에서 오는 결핍은 현대인들의 불안을 가장 대표하는 결핍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다가 사라진 여배우들은,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못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심한 불안을 야기시킨다. 그러나 한편,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들이라도 삶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정신적인 깨달음을 통해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관심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혹은 누군가에게 나는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 이러한 사회적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은 이렇게 우리 인생 전체를 한번 들여다 봄으로써 많은 부분 해소될 수 있음을, 작가는 여배우들을 통해 전하고 있다.
물론, 난민은 불안한 상황 그 자체를 그림으로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된 사람들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거나 어떻게 이러한 동시대에 모순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고민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면서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족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에서 비롯되는 동질감을 통해 또 다른 불안을 해소할 방법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상징하는 음식들과 그것들의 결핍, 늘 무대에 서야 하는 서커스 배우들의 긴장에서 오는 불안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그의 블랙 페인트 (Black Paint)를 통해 불안을 야기시키는 상황을 보여주고,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그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맞닥뜨린 불안을 해소하고 다시 또 불안으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이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불안을 떨쳐버리고 살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 가면서 삶을 살아야 할까. 불안한 상황과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고 있는 김병관 작가에게 불안은 자신의 작품의 모티브이면서, 늘 해소의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 연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불안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결핍의 지표를 찾고, 그 지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상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불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면함으로써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확장하는 방법. 그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정신적 근거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김병관의 불안에 관한 작업은, 우리의 삶을 살피고, 분석할 수 있는 불안의 지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불안의 요소들을 찾고, 그것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 주고 있다. 불안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접 대면함으로써 그 불안한 상황을 익숙하게 만들게 됨으로써 삶의 불안하고 부정적인 기억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로써 불안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