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윤주일 기획초대전 "DISCOVER"
전시기간: 2015년 11월 11일 ~ 11월 23일
전시 오프닝: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쌀롱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물질의 진화와 감성의 재발견

모든 생물이 물질과 정신의 합일을 통해 진화해 왔듯, 무생물 역시 스스로 지니는 정신성을 통해 진화해 왔다. 즉, 인간은 복잡한 신경계를 지닌 유기물질인 육체와 그 육체의 외부 자극의 반응으로 생겨나는 신경전달 데이터로 구성된 기억의 조합인 정신의 상관관계를 통해 보다 용이하게 외부 환경을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무기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무생물 역시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며 스스로 진화해 왔다. 기억을 이루고 있는 외부 자극으로부터의 작용과 반작용의 데이터 저장용량이 생물에 비하면 상당히 미비 하지만 분명 무기물질 역시 나름의 정신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느 생물과 같이 스스로 진화해 왔다. 그 중 인간과 교류하고 반응함으로써 물질은 가장 극적으로 진화하고 발전되어 왔다. 그 교류의 방법이 발견과 실험이었다.


윤주일 작가는 이러한 물질, 즉 재료와의 교감을 위해 발견하고 실험하는 작가다. 물질 스스로의 진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서 그의 감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재료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난 여행가이며 때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순례자이기도 하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가 발견한 모든 것들에 대해 묻는다. 심지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조형성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그리고 묻는다. 과연 내가 발견한 이 재료와 표현방법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재료에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보다 자연스럽게 재료 그 자체와 교감할 수 있는 내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가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와 그 표현 과정이 드러나게 되면 그 작품은 보통 감동으로부터 밋밋하거나 재미없어진다. 그런면에서 윤주일의 이번 발견과 실험은 작품 그 자체로 자연스러웠다.


앞으로도 실험을 멈출것 같지 않는 작가의 열정은 에폭시와 세라믹 유닛으로 작가의 삶을 치유하는 오벨리스크와 같은 토템기둥을 세우고, 다양한 조형기호들을 만들고 있다. 재료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작가 역시 이 부분만큼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지 그것을 재료의 발견과 연결하고 있지 않는다. 단지 그 재료가 자신의 조형언어와 교감했을 때 어떤 형상으로 드러나게 될지는 결정하지 않는다. 이는 세라믹이 불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전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즉, 작가는 무엇을 표현한다기 보다 표현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정신과 물질의 합일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된 윤주일 작가의 여정은 종착지를 찾기 보다는 떠났다는 것 자체에 방점을 찍어야 겠다. 비틀고 강제하면서 재료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의 정신적 교류를 시도하는 것.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 기름병 위에 수북히 쌓인 먼지들을 가장 아름다운 조각들로 여겼던 자코메티처럼 작가는 반복되는 우연에서 새로운 감성과 영감을 발견했다. 세포가 증식하는 것처럼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반복된 우연들. 거대한 바위가 그렇고 하찮게 여겨지던 길가의 돌멩이들도 그 자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 어쩌면 궁극적으로 작가가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조형언어는 이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표현 의지들이 만들어내는 과정. 무엇으로 규정짓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를 드러나게 하는 모든 행위와 그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가의 이야기들. 그것만큼 솔직하고 오래도록 남을 만한 것들이 있을까. (글. 임대식.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