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윤종석 기획초대전 "다져진 땅"
Date : Aug 8th ~ Aug 23rd, 2020
Opening : Aug 8th, Fri. 6 pm
Place :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일상, 이중의 분산과 중첩

일상의 기록. 쇼셜네트워크를 위한 개인 단말기의 과격하리만치 발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에게 일상은 언제든지 이미지로 기록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일상은 단지, 기억 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할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기록된 일상은, 왠지 아련하고 막연한 기억으로 인한 로맨스가 결여된 듯 하다. 일상이란 말 그대로, 매일 반복되는 삶의 한 토대이자 기억의 용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반복의 메커니즘이다.


다양한 경험들의 일반화 혹은 범주화로 인해 타인과 자기 자신과의 이해와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은, 오감의 경험들을 분산과 중첩이라고 하는 이중적 개념들로 현실에 반영하게 된다. 쉽게 말해, 어제 내가 겪었던 하루의 경험들이 오늘 내가 겪고 있는 하루의 경험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 내가 미래를 알 수는 없겠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겠다는 믿음과 그로 인해, 내가 취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해 자기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준과 정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신호들에 대한 이해의 틀로서 분산이고 중첩이다. 요컨대, 일상의 경험들은 언제나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무엇인가 다를 것 같은 기대 뿐 아니라 늘 다른 무엇인가가 벌어진다는 것. 중첩되면서도 언제나 다른 무엇인가로 분산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을 살 수 있는 이유인 듯도 싶다.


윤종석 작가의 일상은, 기록되었다기 보다 기억되었다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물론, 매 순간 버릇처럼 전화기에 담았으니, 일상의 기록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엔 이것을 기록해야만 하는 목적의식이 없다. 말 그대로, 무의식. 오감이 흐르는 대로 하루의 경험들이 무의식적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그가 남기고자 했던 그것들은, 그렇게 기억되었던 일상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겪었을 일상이 나에게만 특별해 지는 순간. 혹은, 역사적으로 전세계인들이 동시에 겪었을 그 일상이 다시 반복되고, 중첩되는 그 날. 윤종석 작가는 그날의 경험들을 다시 기억하고, 그것이 지극히 개인적이든, 역사적이든 중첩된 일상들을 쌓는 작업을 하게 된다. 드로잉으로는 매일매일 분산되는 일상을 문학적으로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 만 번 찍어 그리는 주사기의 점으로 중첩되는 역사적인 그날을 그린다. 그것이 상당히 슬프고 위험했던 그날이었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그 날, 그 일상을 겪었어야만 했고 그것으로, 지금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윤종석 작가는 그의 화면에 늘, 두 가지 이상의 감춰진 의미를 담아왔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만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정신세계도 그렇지만, 언제나 우리는 다양한 자기 욕구 실현으로부터 혼란스러워질 때가 많다. 물론, 그 혼란에는 반성과 성찰이라고 하는 자기 검열로 기본적인 도덕성과 윤리적 사회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누군가 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면서도 그 구조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게 되는 삶. 거기서 드러나는 다양한 현실의 의미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왔었다. 그리고,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다양한 일상의 순간들을 기억했고, 직접적이지만, 지극히 시처럼, 소설처럼 드로잉했다.


그의 중첩되는 일상과 분산되는 일상의 무게만큼, 우리의 일상 역시, 매일은 분산되겠지만, 언젠가는 내가 살았던 그 날, 그 일상이 역사적인 순간과 중첩될 수 있음에 대해.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