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윤현선 기획초대전 "Matrix : Heatshimer"
전시기간: 2015년 10월 8일 ~ 10월 28일
전시 오프닝: 2015년 10월 10일 (토요일) 오후 6시
장소: 쌀롱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매트릭스 - 욕망의 숲에서 밥먹기


욕망은 결핍으로부터. 혹은 결핍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따라서 욕망은 늘 우리의 삶을 무엇인가 과하게 몰아 세운다. 집착이다. 결핍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들이 어느순간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우리의 정신활동과 매우 민감하게 연동한다. 예를 들어, 사랑은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생겨나 그 대상에서만 느껴지는 어떤 감정으로 각인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사라졌을 때 각인된 감정은 심한 결핍을 겪게 된다. 그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병적인 감정이 결핍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월을 통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불안한 그 무엇으로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 자리 잡는다.


이러한 불안한 기억들로 우리의 복잡한 감정 체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핍에 대한 불안으로써 욕망은 감정을 컨트롤하는 흔들리는 조정관인 셈이다. 윤현선 작가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시각화하는 작가다. 사진을 매체로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욕망의 지형도를 그린다.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식욕, 즉 먹고 사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실존적이면서 냉소적인 고민은 음식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매트릭스를 생성한다. 그것은 생명의 근간이면서 한편으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식욕이 만들어낸 사회적 기반이다. 그 기반을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욕망의 군상들이 펼쳐져 있다.


전통적인 사진기법과 이미지 콜라쥬 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윤현선 작가의 매트릭스는 우선, 강한 환타지로, 보는이를 전혀 새로운 공간에 위치시킨다. 초코파이와 양파는 거대한 구조물이 되고 파슬리는 깊은 숲이 되어 다양한 욕망들과 함께 펼쳐있다. 은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풍경들은 마치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야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세상이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더 들어내는 삶을 통해 욕망의 절제를 상상할 수 있고 또한, 욕망을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로 치환할 수 있다. 이 에너지야말로 작가가 구성한 매트릭스의 또 다른 탈출구다.


한편, 작가는 누군가 입었던 속옷을 에폭시로 고정시킨 입체 작품을 통해 순간의 욕망을 고착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는 욕망의 대상이 지닌 가변성을 고정시키는 작업으로 대상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조형적으로 가시화 시키는 것이다. 멈춰진 감정의 흐름은 그 순간 이전과 이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감정은 언제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수시로 우리의 정신상태를 변화시킨다. 그러한 감정의 흐름이 멈췄다는 것은 순간 정신활동이 멈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가지의 감정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한가지 감정으로 몰입되는 순간 우리는 가끔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윤현선의 입체 작품이 꼭 그렇게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순간의 감정을 고착화 시킨 것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인간은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느정도는 고통스럽다. 인간의 욕심은 어쩌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또 다른 방편일 수 있다. 누군가를 해치고 자신의 이익만을 찾고자 하는 욕심은 오히려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겠지만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욕심은 때로 살아 있음에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모든 고통은 욕망에서 비롯됨으로 그 욕망을 버리는 삶을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날 것이 아니라면 욕망은 감출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고 적당한 해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삶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방법이 될 듯 하다.


윤현선의 매트릭스, 욕망으로 가득찬 풍경속에서 찾게되는 장면 중 어느 하나는 혹, 내가 욕망하는 아니면 치가 떨리듯 혐오하던 그것일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다이어트 걱정없이 간만에 허리띠 풀고 거하게 밥한끼 먹듯이 작가의 매트릭스 안에서 일단, 흐드러지게 은밀하게 내 욕망의 파티를 즐겨볼 필요는 있다. 어차피 우린 살아있는 동안 이 삶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글. 임대식 /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