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황연주 초대 개인전 'H양의 그릇가게' "SOLD OUT"
전시기간: 2023년 5월 4일 ~ 5월 14일
전시 오프닝: 2023년 5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홍연길 63-4, 연희동)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갤러리 옆, 그릇가게

인류가 처음 소떼를 쫓아 사냥하는 유목을 멈추고, 기름진 땅에 정착할 수 있었던 위대한 발명품중 하나는 그릇이다. 굳이 그릇의 의미를 찾자면, 정착이 시작되는 석기시대부터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목재를 썼고, 목재에 수없이 많은 구멍을 내고 그 안을 파내서 사용하게 되면서 구멍의 옛말들이 변화되어 현재, 그릇이라는 의미로 발전되었다는 설이 있다. 결국, 그릇은 속을 비워내야 그 자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 그릇이다.


황연주 작가는,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릇을 수집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였던, 할머니였던, 아버지고 삼촌이었던, 할아버지였던 그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릇이다. 무언가 같은 것을 같이 담아 나눌 수 있는 것. 그때 느낄 수 있었던 공감의 순간과 이야기들. 결국, 작가의 수집은 그들의 추억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릇에.


처음 누군가 산 한 귀퉁이에 묻고 간 그릇들을 부장품처럼 파내고 씻어 간직하게 되면서 시작된 작가의 수집은 그릇과 함께 들려오는 삶의 의미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그 귀한 그릇을 누구도 가질 수 없게 버리고자 산에 묻었던 주인의 심정이 그리고 그것을 다시 세상에 보여야 하는 작가의 심정은 어느 한편 이어진다. 버리고 다시 수집하는 것 보다 그릇이 담아온 경험을 통해 실처럼 이어지는 가녀리지만 강력한 소통이고, 작가가 수집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의 것이다.


그릇은, 어느 순간 무엇인가 같이 담아 나눌 수 있는 기능을 넘어 아름다움의 영역으로도 발전해 왔다. 쓰임의 기능보다 간직하고 감상하는 예술 향유의 대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이는 시대를 가장 진솔하고 현실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이 그릇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시대의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해석해 주는 가장 강력한 단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릇은 계급사회의 수치이기도 하다. 대부분 그릇이 고급화 되는 과정에는 귀족들이 있었다.


인류의 모든 역사를 같이 해 온 그릇은, 이러한 이유로 계급을 넘고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먹고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의 방향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누구나 다 만들고 쓸 수 있는 그릇의 시대. 그릇을 통해 더 이상 지배와 권력이 없는 시대에서 작가는 가장 자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그릇 가게를 열었다. 단지, 그릇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그 그릇들의 길고 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끌시끌한 가게를 열었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