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터테인 젊은 작가 출전
조유연 기획 초대전

"변화된 이미지의 힘"


2015년 6월 26일 ~ 7월 8일


공간에서 공간으로 : 변화된 이미지의 힘

문득, 돌아 들어 선 골목 어귀에서 아련하게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들로 걸음을 멈춰본 사람들은알것이다. 그 기억들이 얼마나 시원한 바람같은지. 그렇게 공간은 골목길 같은 물리적인 공간과 함께 유년의 기억을 담을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을 동시에 지닌다. 오랜 시간의 흐름들을 간직한 건물이나 지역들은 공간 자체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기억과 그 기억들의 결정인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간과 공간의 합일은 바로 이렇게 우리를 일종의 감상의 행위와 문화 향수로 이끌고 있다. 자연스레 예술적 감흥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쌀롱 아터테인의 젊은작가 출전(出展)을 통해 처음 개인전으로 데뷔한 조유연 작가는 신예 답지 않게 유년의 기억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즉,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집요하리만큼 꾸준히 표현해 왔다. 그 표현 기법의 진지함과 노련함이 잘 묻어난다. 작가는 오래된 궁이나 사원과 같이 풍부한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공간의 편안함과 재개발 지역의 풍경에서 느껴지는 유년의 아련함들을 사진 스크래치 기법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그렇게 작가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점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합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적 공간에서는 우리의 일상이 사라져 갔고, 재개발 지역에서는 우리의 일상을 담은 공간이 사라져 갔다. 오래된 궁에는 당시의 삶을 반영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다른 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작가는 이들을 궁이라고 하는 역사적 공간의 한 부분처럼 도식화시켜 현재의 시간보다는 과거의 시간으로 궁이라는 공간을 돌려 놓는다. 그와는 다르게 곧 사라질 재개발 지역에는 현재의 시 공간과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같은 시대의 기억을 담고 있던 건물들은 사라진다. 작가는 그 사라질 공간속의 기억들을 잔잔하게 되새겨 놓고 있다. 아련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밝게 빛났을 듯한 유년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건물의 이미지에 새겨 건물들은 이제 막 무너질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되살아 났다. 이렇게 변화된 이미지는 낡은 건물이 담고 있을 수많은 추억과 삶의 애환을 재생하고 치유하는 힘으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작가의 조형언어는 공간과 그 공간이 지니고 있는 기억들 즉, 시간과의 합일에서 찾아지는 이미지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변화를 위해 작가가 처음 사용하는 것은 사실적 기록을 위한 사진이다. 작가는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일치하는 공간을 탐색한다. 그 탐색과정을 쫓다 보면 우리 역시 작가가 선택한 공간과 일치하는 자신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살을 에는 듯한 고통스런 기억이든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쁜 혹은 슬픈 기억이든 아니면 뿌옇게 그때의 감정만 떠오르는 기억이든 언젠가 있었을 그 무엇인가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자신만의 기억들이 공간에 투영되는 순간 우리 역시 시 공간이 합일되는 그 이미지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가 제시하는 변화된 이미지의 조형언어를 따라 자신만의 치유와 재생의 공간을 만들게 된다. 이는 사실적 이미지의 변화에서 오는 상상력의 증폭이며 또한 급격한 의식의 흐름을 유도하는 일종의 물꼬이기도 하다.


재개발 지역에 무심하게 앉아 있는 노인의 표정이나 덤덤하게 걷고 있는 행인들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낡은 건물들은 사진 스크래칭 기법으로 야경처럼 화려하게 반짝인다.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장면에 등장하는 사람들만 남겨놓고 이제 사라질 것들의 이미지를 화려하게 변화시켰다. 그 무심한 표정과 화려하게 바뀐 건물의 이미지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작가의 변화된 이미지는 어쩌면 불꽃놀이처럼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처럼 들린다. 따라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은 이렇게 작가의 변화된 이미지가 주는 위로처럼 우리가 원하고 살고자 하는대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이미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임대식 (미술비평, 아터테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