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조준호 초대 개인전 "Zoo on the Stage"
전시기간: 2023년 7월 7일 ~ 7월 27일
참여작가 : 조준호
전시 오프닝: 2023년 7월 7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홍연길 63-4, 연희동)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변형의 기억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 중 가장 빠르고 쉬운 것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온전하게 그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해하고자 하는 범위 내에서 그의 것인지 명확하지 않게 되면서 결국,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절반 정도밖에는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타인은 영원히 내가 직접 바라보지 못하는 나의 전체를 보고 대답해 주는 나의 대변인일 뿐이다.


욕망이 우리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한다면, 진실은 우리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뇌관과도 같다.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욕망은 끊임없이 미래를 갈구하지만 결정을 위한 진실은 반대로 과거에 집착한다. 과거에 집착하는 생명은 이미 현실에 대한 그 어떤 믿음을 찾을 수 없다.


조준호 작가가 연출하고 있는 무대는, 대부분 모노드라마의 형식을 갖는다. 그리고 그 무대 위의 배우들은 독백과 방백으로 일관한다. 즉,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보다는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웅얼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욕망과 그럼에도 누군가는 꼭 알아 주었으면 했던 영웅심이 부딪히면서 생겨나는 일종의 과부하라고 할까.


작가가 무대에 세워놓은 배우들은 제 각각 동물 같은 탈을 쓰고 있다. 그 탈들은, 명확하게 어떤 동물임을 정의할 수 없는 단지 동물일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이 가능한 동물들이다. 양, 얼룩말, 토끼, 돼지 등… 알듯 말듯한 그들이 살고 있는 작가만의 동물원을 만들고 그 동물원 자체가 하나의 극단이 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작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상징과 은유로 대치하고 한국과 독일의 감성적 거리감을 무대에 올라온 자신의 동물들에게 짧고 강력한 한편의 대사로 표현하도록 요구한다. 수채화처럼 사용된 아크릴은 그의 화면에 많은 레이어층을 만들었고, 그 레이어 들마다 담긴 스토리들이 한편으로,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삶의 방편들을 대변해 주었으면 좋겠다.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들이 결코 변형되지 않기를 말이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