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김병관 기획초대전 "On the Stage"
전시기간: 2021년 5월 14일 ~ 6월 02일
전시 오프닝: 2021년 5월 14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내가 서 있는 곳에 대한 정의

연극에 대해 우리가 상당히 빈약하게나마 알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경험하거나 아니면 그렇게 살아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것으로부터 다양한 시대상을 혹은 일상을 더하면서 현실의 사건 혹은 사고들이 연극이라는 필터를 통해 우리에게 더 친근해 졌었던 것 같다.


그도 그렇듯이, 어쩌면 저 삶이 꼭 내가 겪었을 그 무자비한 사건과 같이 맞물리기도 하고, 아…, 저렇게 내가 살아왔던, 그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삶을 극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장면들. 그렇게, 우리에게는 나의 삶이 설명될 수 있을 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아니, 있다.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사건과 사고를 담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난, 내가 무엇으로 어떻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삶의 방향을 느낄 수 있었던지 아니면, 지금까지 난 잘 살았고, 잘 살수 있다는 희망까지 느낄 수 있었던 내 삶의 그 장면. 혹은, 그 짜릿한 경험까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기억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무대였다. 정확하게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극본 또는 시나리오가 없었던 무대였다.


김병관 작가의 빛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받을 수 있거나, 혹은 받아야 할 삶의 빛이다. 물론, 그것이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벗어나 지극히 인위적인 빛이라고 해도 말이다. 빛은 늘 우리에게 살아 있음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작가가 던지는 빛은 연극으로 말하자면, 내가 주인공임을 명백하게 지목해 준다.


무대 위를 비추는 그 빛은 잠깐이나마 그것이 연극임을 알면서도, 내가 나의 삶을 위해 한번이라도 뒤돌아 보거나 도약할 수 있음을, 말 그대로 조명한다. 스팟라이팅은 여기에 집중하라는 의미고, 플로우라이팅은 다 같이 이것을 보자는 의미로 무대의 빛은,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린다. 빛으로 무대 위의 이야기들에 집중하고 이해한다는 것. 따라서 빛은 집중과 포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루전은, 현 시각적 기술이 디지털로 발달될 수 있었던 지극히 중요한 개념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 보인다는 것. 혹은 만져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그 장면 그대로. 당신이 원하는 모든 이미지를 당신이 만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 느낌 그대로. 김병관 작가는 빛을, 그리고 그 빛이 있음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를 통해 그만의 현장,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정말 내가 만지고 싶었던 나의 기억과 그 상징들을.


우리의 기억 속, 가장 평면적이지만 가장 입체적으로 상상이 가능했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TV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는 수 만개의 지극히 플랫한(마치 TV 화면에 붙어 있을 것 만 같은) 프레임들의 지난한 반복으로 움직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삶을 가볍게 또는 옆으로 비껴가듯이 이입하기도 했다. 이는, 일루전의 강력한 도약이기도 했다.


김병관 작가의 무대는, 이 일루전에 빛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빛은 그림자를 만들고 작가가 원했던 혹은 우리가 원했던, 가장 플랫했던 이미지들이 입체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었다. 이는 추상적이고, 드로잉적인 평면 이미지들을 바로크적 빛의 감수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빛이 있어 어둠이 해석될 수 있고, 반대로 어둠이 있어 빛이 이해 될 수 있듯이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들의 정확한 형상이 있어 그것을 분석하고 해체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겨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각각의 사물들의 형상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의미를 재해석하고자 하는 또 다른 시선들. 가장 객관적인 것 같은 평면의 드로잉으로부터 떠오른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들이 서 있었을 법한 무대를 연출한 이유는, 여기서부터 그 의미가 시작되는 듯 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 당신과 나는 서로의 존재로부터 그 존재가 확인될 수 있다는 것. 그 믿음으로부터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살 수 있다는 것. 작가가 무대에 올린 지극히 평면적인 이미지들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