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배준성 기획초대전 "the Costume of Painter"
전시기간: 2016년 10월 14일 ~ 11월 1일
전시 오프닝: 2016년 10월 14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쌀롱 아터테인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전시기획: 황희승 큐레이터 02-6160-8445

 

화가의 옷 : 이중과 집적의 이미지


물질은 이미지를 통해 추상화되고 기억에 투사되면서 정신과 만난다. 기억은 우리의 자의식을 강요하는 일종의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다. 그리고 그 기억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은 물질의 기억, 즉 이미지다. 우리의 정신적 경험속의 물질들은 이미지로 실재한다. 감각의 경험들의 집적이며 물질과 정신이 공존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지는 우리의 정신과 만나게 되면서 물리적인 시.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축적된 기억들을 조합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 기억을 가시화시키는 일종의 모니터다. 이미지가 기억의 모니터라면 배준성 작가의 렌티큘러 작품은 이미지들의 다중적 의미를 밝히는 연구 공간과도 같다.

‘렌티큘러’는 여러 이미지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는 특수한 필름이다. 따라서 렌티큘러는 전혀 다른 이미지들을 같은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표현방법이다. 배준성 작가는 이 렌티큘러를 이용하는 세계적인 작가들 중 가장 잘 개념과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작가다. 배준성작가의 렌티큘러는 보이는 이미지뿐 아니라 다중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그의 렌티큘러는 3D의 깊은 거리감과 함께 이미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다. 실사와 그리기를 넘나들면서 단순히 렌티큘러의 독특한 성격으로서의 이중성을 넘어 작가가 제시하는 이미지 각각의 성격에 의해 드러나는 다중적 의미는 우리로 하여금 풍부한 감상의 경험을 하게 만든다.

‘화가의 옷’으로 명명되는 인물작품, ‘Still Life’, ‘Phantom of Museum’으로 구성되는 배준성작가의 작품들은 미술사와 같은 거대 담론에서부터 허무한 욕망 때로는 삶의 진지한 성찰에서부터 비롯된 듯 하다.

‘화가의 옷;은 전통의 옷에 가려진 영혼의 자유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정숙하고 화려한 옷이 걷어지면 여성은 순수한 뮤즈로 변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의상들을 통해 화려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것, 고귀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을 그대로 옷에 다 담는다. 그리고 그 옷을 벗어버리고 나면, 스스로 규범과 규약, 나아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영혼을 지닌 뮤즈가 된다.

‘Still-Life’는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인간 고독의 성찰을 담고 있다. 반대로 인간 본연의 고독에 대한 앎과 깨달음이 만개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배준성 작가의 렌티큘러라는 이중성을 넘은 다중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바라보는 순서에 따라 혹은 감상하는 위치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Phantom of Museum’ 역시 마찬가지로 욕망과 허무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고민의 흔적이다. 미술관을 떠나지 못하고 밤이면 밤마다 명화와 자신의 작품을 바꿔 걸고 있는 유령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모든 화가들의 욕망인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배준성 작가의 렌티큘러는 우리의 의식이 지니고 있는 이중성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순간순간 변하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의식에 전혀 다른 장르를 집적 시키면서 단순히 이미지가 변한다라는 것보다 그 이미지의 이야기들이 이중적 의미를 벗어나 더 광대한 이야기들로 확장된다라는 것이다.
이렇게 확장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에 작용하면서 인간 본연의 성스러움에 대해, 때로는 욕망 그 자체에 대한 자기성찰을 유도한다.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