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2022 성북 N 작가공모 협력공간 매칭 프로젝트
윤정민 개인전 "서 있는 드로잉"
Date : 4th, Nov. ~ 22nd., Nov., 2022
Opening : 7th., Oct. Fri. 6 pm
Place :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미끄러운 일상에서 넘어지다

반복되는 삶이 어느 날부터 편안해 질 때가 있다. 그 반복으로 어제가 그랬고, 오늘이 그래서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결국 그 살고 있음에 대한 믿음을 만드는 삶의 반복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한 답을, 그 진실을 찾지 못하게 하는데 말이다.
반복되는 삶, 흔히 일상이라고 말한다.

항상 고민한다. 일상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벗어나면 그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것으로 지금의 일상을 벗어난 삶 역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일상을 벗어난 또 다른 일상들의 굴레. 그 일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사고의 틀이 곧 그 굴레를 만든다.

윤정민 작가의 서 있는 드로잉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매일 겪었을 일상의 드로잉이다. 하지만, 그의 드로잉이 픽업한 일상의 순간은 너무나 순간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잊어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드러낼 수 없었던 나만의 찰나들이다. 그 순간의 표정, 바로 잊혀질 순간의 몸짓에 대한 기억, 그때 느꼈던 감정들. 작가는 어떻게 그 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그렸을까.

그것은 일부러 기억하려고 노력해도 떠오르지 않을 순간이었음에도 그 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작가는 삶을 반복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믿음은 그가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사고(?)이었거나 삶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계기로부터 이었던 것 같다.

이러한 삶의 반복과 연속성을 지금이 어제와 같을 수 없고, 내일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판에 깔아 놓으면 그 의미와 개념이 우리의 일상을 말 그대로 일상이라고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그 지정에서 우리는 보다 더 근본적인 우리가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에 관심을 갖는다.

삶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잠(죽음)으로부터 깨어나서 잠(죽음)으로 가기까지의 짧은 여정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그 짧은 여정에서 겪는 순간의 기억은 우리 평생의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어제도 살았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에 대한 의심이 우리의 일상에서 상상도 못하는 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은 평편하고 딱딱해서 그 위에 있는 나의 삶은 늘 안전하게 반복될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보다, 흔들리고 미끄러운 빙하 한 조각 위처럼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나를 넘어뜨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의심이 더 우리의 일상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윤정민의 그들이 겪고 그것에 대하는 일상처럼. (글. 임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