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김도균 기획초대전 "옵스큐라, 밖의 풍경"
Date : 4th, Mar. ~ 29th, Mar., 2022
Opening : 4th., Mar. Fri. 6 pm
Place : Artertain (Yeonhi-dong, Seodaemungu)
Curator : Heeseung Hwang (+82 (0)2-6160-8445)

옵스큐라 밖의 풍경들

사진은, 세상의 가장 어두운 방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캄캄한 방에 실낱 같은 빛이 들어오는 순간, 그 빛에 녹아있던 모든 이미지들이 그 방에 맺힌다. 정확하게는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빛의 강약에 의해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옵스큐라를 통해 재현되는 사물은 사물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이 그대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상을 담아내는 인화지다. 말 그대로 빛을 담을 수 있는 특수 제작된 종이 혹은 플라스틱이다. 옵스큐라가 빛을 차단하거나 투과시킬 수 있는 장치라면, 이 빛을 시각화 하는 장치가 바로 인화지다.

김도균 작가의 사진 드로잉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그 시스템의 변방 혹은 여백을 이용한다.

즉, 옵스큐라가 아니라 인화지 자체의 특성을 활용하거나 옵스큐라를 활용했다고 해도 가장 우리의 관심 밖에 있을 법한 사물 면밀히 공간을 대상화 하는 작업을 한다.

사진에서의 추상은 대부분 사실적인 대상을 최대한의 접사를 통해 우리의 인지 밖의 이미지를 찾아내거나 인화지가 감지할 수 있는 빛의 노출의 변화에 따른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에서 오는 부분들이었다. 굳이 회화적인 의미로서 추상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화학적이거나 기술적인 방임에서 오는 식의.

그런 의미에서 김도균의 폴라로이드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조용하게 휘젓는 듯 한 느낌이다. 그릴 수 있는 사진. 사진으로 그릴 수 있는 회화. 기술적인 부분이나 발달된 재료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해도, 시각적으로 또는 개념적을 그의 작업은 다시 한번,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쉽게 사진 드로잉이라는 말로, 유기적으로 서로를 침범할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본 전시는, 두 가지 시리즈로 구성된다. 111시리즈와 FFF시리즈.
111시리즈는, 폴라로이드 필름(인화지)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살리면서 작업한 작업들이고, FFF시리즈는, 물론, 결과적으로 폴라로이드 인화지에 새겨지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옵스큐라를 활용한 작업들이다. 이 두 개의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옵스큐라라고 하는 기술적 시스템을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으며, 때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사고를 충분히 사진적으로 드로잉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폴라로이드 필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충분히 파악했던 작가는, 그 자체로 찾을 수 있는 인화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한 시리즈가 111 시리즈 였다면, FFF시리즈는, 잉여의 공간이 줄 수 있는 추상적 여유와 개념들이었던 것 같다.

이는, 필름 자체가 내재하고 있던 이미지를 방출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인화의 방식 혹은, 사진의 본래의 기술적이며 발달된 재료적 연구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표현의 의지와 함께,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잉여의 공간(공간을 이루는 모서리, 무엇과 무엇이 이어지는 구조 등)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사물과 사고의 이면에 있을 다양한 장면들을 옵스큐라를 넘어 시각화 한다는 것은, 때로 이미 정해진 것들의 깊이를 찾아 정통성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그 정해진 것들을 부정하면서 전혀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쉽지 않은 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각 장르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개념을 극복함으로써 다시 그 장르가 건강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듯이…
(글. 임대식)